세계가 주목하는 3진법 반도체란?

UNIST(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경록 교수 연구팀이 초절전 ‘3진법 금속-산화막-반도체(Ternary Metal-Oxide-Semiconductor)’를 세계 최초로 대면적 실리콘 웨이퍼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15일(영국 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전자공학(Nature Electronics)’에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3진법 반도체는 무엇이고, 왜 등장하게 된 것일까? 기존 2진법 방식은 대용량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많은 용량을 표현하려면 더 많은 CELL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단점을 극복하고자 다중비트 메모리(cell의 bit를 늘리는 방식)를 연구하였다. 기존 SLC(1bit memory)는 한 cell에 1자리의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었다면 2bit memory MLC는 cell 하나에 두 자리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셀 두 개의 역할을 셀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을 적용 이후 cell을 더 잘게 쪼갤 수 있는 3bit memory TLC (삼성 970 EVA)가 나오고, 그것보다 더 쪼갠 QLC 메모리(인텔 660P NVMe)가 등장하였다. 이후 많은 반도체가 등장했지만, 이 모든 것은 SLC보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그 이유는 cell 하나를 쪼개는데 더욱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고, 이에 있어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었다. 그나마 이 속도 문제는 컨트롤러 기술이 향상되면서 해소되었지만, 다중비트 메모리의 진정한 문제는 따로 있다.

 

메모리의 셀은 어느 정도 사용을 하면 영구적으로 전자가 자리를 잡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셀을 비워도 약간의 전자가 남아있게 된다. SLC는 단순하게 전자가 있냐 없느냐로 구분했지만, 그 외 다중비트 메모리에선 이 문제 때문에 셀이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즉 수명이 짧아지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SLC와 MLC, TLC는 서로의 장단점이 발생했고 이는 3진수 반도체 연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3진법 반도체는 이 두 반도체의 장점만을 뽑아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의하였다. 셀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반도체 특성에 의해 가로막히게 되고 셀 안에 갇히게 된다. 이때 셀 안의 전류가 어느 정도 크게 되면 셀 안에 저장되어야 하는 전류들이 셀을 뚫고 지나가게 된다. 즉, 셀이 넘쳐 흐른다. 기존의 2진법 메모리에선 셀이 넘치는 것을 1이라고 정의하였지만 3진법 반도체에선 2라고 정의하였다.

셀이 비어 있으면 0, 셀이 차 있으면 1셀이 넘치고 있으면 2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같은 셀의 수를 가지고 있더라고 2진법 메모리와 비교하면 훨씬 큰 용량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128을 표현 하려며 2진법으로는 8개의 비트가 필요하다면 3진법으론 5개의 트리트만 있으면 되게 되었다. 이를 통해 SLC 기준 2진법 반도체에 1TB를 저장할 수 있다면 3진법 반도체에선 4096TB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즉 SLC가 가지고 있던 속도와 수명에 관련된 장점과 MLC, TLC가 가지고 있던 용량의 장점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때 면적당 기능과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져올 수 있을까?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는 CPU 1920개와 GPU 176개를 사용(1㎿ MW 전력을 소비)하였다. 그다음 해 2017년 커제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마스터’는 AI 전용 반도체 4개를 적용(전력 소모를 10분의 1로 감소)하였다. 김경록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번 연구는 기존 2진법 반도체 소자 공정 기술을 활용해 초절전 3진법 반도체 소자와 집적회로 기술을 구현했을 뿐 아니라, 대면적으로 제작돼 3진법 반도체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면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공정, 소자, 설계 전 분야에 걸쳐 미래 반도체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하였다.